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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이만하면 잘했다brandisme note 2023. 9. 1. 07:00
30대까지 우리는 일, 결혼, 출산 등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해나간다.
그때는 선택에 집중하는 중이라 내가 어떤 '판'을 만들고 있는지 조망하거나 앞날을 제대로 내다볼 수 없다.
마흔이 넘어야 마침내 내가 만든 판, 내 인생의 배치도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배치도가 생각보다 복잡하고 입체적이다.
내 선택과 상관없이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된 부모 형제의 배치도가 깔리고 그 위에 내가 원해서 선택한 남편, 아이, 커리어, 돈의 배치도가 겹친다.
내가 선택한 적 없는 사건 사고도 갑작스럽게 배치된다.
고민할 여지조차 없이 운명처럼 받아 들어야 하는 일들.
스스로 결정한 잘한 선택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인생 배치도가 완성된다.
살아내기 위해 혹은 꿈꾸기 위해 20~30대에 했던 수많은 선택이 마흔이 되면
드디어 하나로 연결되면서 내 인생의 배치도가 되고
그 안에 자리 잡은 어설픈 나 자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마흔의 우울과 슬픔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분명하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아는 것은 내 인생의 배치도에서 무엇 하나 함부로 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쪽을 빼면 저쪽이 기울고 한쪽을 신경 쓰는 동안 다른 한쪽이 부실해진다.
돈과 일, 가족과 꿈 등 워낙 많은 것들이 각자의 명분을 가지고 입체적으로 얽혀 있으니 이것을 빼면 저것이 무너진다.
다 떠안고 가기에는 힘에 부치지만 줄인 것도 뺄 것도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40대가 되면 옴짝달싹할 수 없는 감옥에 갇힌 느낌이 드는 이유다. 내가 마흔에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도 '이게 맞나?'였다.
'남들도 나처럼 이렇게 힘들게 사나?' '지금 이렇게 고생하면 나중에 뭐라도 되는 게 맞나?'
그런데 이제 와 돌이켜 보니 나를 몰아세우며 숱하게 던졌더니 질문들은 역설적으로 내 인생 배치도가 1차로 완성됐다는 뜻을 품고 있었다.
그 배치도의 주인공이 나라는 사실과 주인공 역할을 어떻게 해내느냐에 따라 내 인생의 미래 배치도가 달라진다는 사실 역시 맞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진짜 선택을 시작해야 한다.
마흔의 내 인생을 차갑게 비난하며 주저앉을지
아니면 뜨겁게 인정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나갈지.
많은 40대가 바로 이 지점에서 길을 잃는다.
나는 아직 작은데 내가 벌려놓은 판이 커서 버겁고
내 그릇은 아직 작은데 내가 그려놓은 인생 배치도가 크니 무게에 짓눌린다.
그러니 내 선택을 후회하고 좌절하며 과거를 돌아보는 데 자꾸 시간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배치도를 만든 사람도 이 판의 주인공도 다름 아닌 '나'라는 사실이다.
일이든 돈이든 가족이든 인생에서 하나라도 빼면 나도 함께 빠져버린다.
내 인생의 배치도 자체가 곧 '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내 인생의 문제 역시 줄어들지 않는다.
눈앞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며 스스로 나를 가르쳤다.
그 과정에서 나만의 성장 매뉴얼이 하나하나 만들어졌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 땐 새벽에 일어나고 돈이 안 벌릴 때는 공부를 하며
미래를 벌고 일단 도전을 시작하면 꾸준하게 밀어붙이는 '성장 매뉴얼'의 대부분이 40대 때 만들어졌다.
몸으로 만들어낸 한 줄 한 줄의 매뉴얼은 꽤 쓸만했고 그 힘으로 50대까지 이어서 살 수 있었다.
40대에 최선을 다해 '나만의 성장 매뉴얼'을 만들었다면 50대에는 훨씬 수월하고 세련되게 문제를 풀 수 있다.
한 뼘 더 성숙해진 50대의 나를 믿고 문제의 절반을 맡겨도 좋단 뜻이다.
'괜찮다. 이만하면 잘했다. 딱 절반만 해놓자. 그래도 된다.'
인생의 절반의 문제를 풀어낸 실력으로 마흔 이후의 인생도 행복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흔은 당신의 진짜 인생이 시작되는 시간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발췌: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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