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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에도 예방주사가 필요하다
    Message Therapy 2023. 10. 18. 07:00

    마음에도 예방주사가 필요하다

    '이별 공격'이라는 말이 있다.

    연인에게 버려지기 전에 먼저 상대를 버리는 선제공격을 가리키는 말이다.

    버려지는 쪽이 되기보다는 먼저 버리고 떠나는 쪽이 되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별 통보라는 상대방의 기습을 당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치는 이 민첩한 행보가 처음에는 순간적인 승리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별 공격의 여진은 그 후로도 아주 오랫동안 끈질기게 지속된다.

    정말 상대가 싫어져서가 아니라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저지른 행동이라면 

    이별공격은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스스로를 향한 자해에 가까워진다.

    이별을 선언한 것은 내 쪽이지만 더 커다란 내상을 입는 쪽도 이쪽인 것이다.'

    이별 공격만이 아니다.

    상처받기 전에 먼저 상처를 주기로 결심하는 것

    상처받는 쪽이 약자고 상처 주는 자가 강자라는 편견이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왜 그토록 이기적이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일까.

    바로 방어기제 때문이다.

    처음에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어쩌면 상처받을지 모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별을 택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랑에 별책부록처럼 꼭 달라붙는 고통을 자신과 분리하기 위해 상대를 먼저 공격하는 장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된다.

     

    문제는 이 방어기제가 결국 자신의 뒤통수를 친다는 점이다.

    순간적으로는 자신을 방어하는 데 성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쪽으로 이끌게 된다.

    사랑으로 인한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아예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시도나 모험 자체를 멈추는 것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외모가 조금만 비슷한 사람을 봐도 '저 사람은 나에-게 상처 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모든 자기 방어적 판단이 결국 가리키는 것은 해결되니 못한 문제들이다.

    그 문제들을 정면으로 직시하지 못하는 한, 진정한 치유는 시작조차 될 수 없다.

     

    윤동주의 시 <병원>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고세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음 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지나 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이 시는 분명히 아픈데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왜 아픈지 알 수 없는 사람들

    즉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사람들이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의사도 정확히 진단할 수 없는 병

    그러나 환자는 분명히 앓고 있는 병

    의사들이 흔히 심인성 질환이라고 하는 것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정신과 의사 베셀 반 데어 콜크 <몸은 기억한다>에서 수많은 임상 사례를 통해

    트라우마가 신체에 미치는 직관적인 영향을 증명한다.

    텔레비전에서는 음식을 비롯한 생활습관을 강조하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이 수없이 쏟아지지만

    정작 우리는 그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마음의 건강을 보살피는 데는 소홀하다.

    몸에는 그토록 많은 영양제와 예방접종을 투여하고 시도하면서

    마음에는 그 어떤 물도 햇빛도 바람도 공기도 공급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 마음에도 영양제와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나는 트라우마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예방주사가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이나 영화라는 영양제도 있고

    심리학이라는 보다 직접적인 예방접종도 있다.

     

     

     

    발췌:<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정여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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